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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초단편소설

서서히 피어나는 마음

by 봄in. 202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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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장소는 어쩌면 두 사람의 인연을 결정지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었다. 스크린골프장의 조명은 밝았지만, 준영과 유미의 대화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준영은 볼 때마다 낯선 골프 클럽을 교체하면서도 유미에게 눈길을 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유미는 간단한 대답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준영은 조심스레 애프터를 신청했다.

“오늘 재미있으셨나요? 다음에 커피 한 잔 하면서 더 이야기해요.”

유미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망설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준영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설레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조언이 떠올랐다.

[사람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도 해. 한 번만 더 만나보는 건 어때?]

유미는 결국 준영에게 다시 만나자고 했다. 다음 만남은 소박한 카페였다. 이번에는 골프 클럽 대신, 두 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커피잔이 놓였다.

 

준영은 자신의 취미와 꿈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에는 열정이 묻어나왔고, 유미는 조금씩 그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유미는 조금씩 준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의 성실함 때론 엉뚱한 유머에 웃음이 터졌고, 이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시간이 흘러 준영과 유미는 몇 번의 데이트를 더 거듭했다.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 때마다 유미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작은 설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던 준영의 매력이 이제는 그녀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었다.

유미는 이제 알았다. 때로는 첫 만남의 불꽃보다 서서히 타오르는 정감이 더 깊고 진한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유미와 준영의 데이트는 차분하게 계속되었다. 유미는 연애에 있어 상처받은 과거를 안고 있었기에, 준영의 안정적인 모습이 그녀에게는 크게 와닿았다. 준영은 연애에 있어 모든 것을 갖춘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워커홀릭처럼 보이며 이성에게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유미는 준영이 갖는 경계심을 조금씩 허물어 나가려 노력했다. 준영의 일상에 작은 쉼표를 더해주며 그를 조금씩 연애에 더 집중하게 만들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영은 여전히 첫눈에 반한 감정의 무게를 이성적으로 다스리지 못해 때때로 유미를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유미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여행을 떠나며 자신의 내면을 탐험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녀는 완전한 인간이 혼자여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되새기며, 준영과의 관계에서도 독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

한편, 준영은 유미의 이러한 자세를 보며 자신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유미에게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고, 좀 더 성숙하고 이해심 있는 태도로 그녀와의 관계를 다져 나갔다. 준영은 사랑이 단순히 감정의 도취가 아니라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둘의 관계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면서도, 일상 속 작은 불협화음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깊어만 갔다. 결국, 유미와 준영은 결혼에 이르렀고, 평범할 수도 있는 일상 속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임을 잊지 않으며 살아갔다.

그들의 사랑은 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에서 오는 안정감으로 가득 찼다. 유미와 준영은 결혼 후에도 각자의 개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며 서로의 최고의 파트너로 남기로 약속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평범 속에서도 특별함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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