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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초단편소설

빛나는 기억속으로

by 봄in. 202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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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봄날, 장례식장의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잔잔한 슬픔이 마음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날은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던 이재호 씨의 장례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그는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물이었다.

서은지는 이재호 씨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조심스럽게 장례식장으로 들어섰다. 주차장에서 조문객들이 한 줄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며, 규칙과 예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꽃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들고 차례를 기다렸다.

식장 안은 고인을 기리는 사진과 함께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서은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고인의 가족들에게 다가갔다. 가족들의 슬픔이 느껴지는 눈빛을 마주하며, 그녀는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재호 선생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큰 본보기가 되셨습니다.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가족들은 서은지의 말에 고마움을 표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조문을 마친 후, 서은지는 장례식장의 한쪽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잠시 고인의 추억에 잠겼다. 고인이 생전에 나누었던 따뜻한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

올랐다.

식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고, 모바일 기기의 사용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고인에 대한 존중과 애도의 분위기를 함께 나누고 있었다. 서은지는 이 장례식이 단순히 슬픔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고인을 기억하고 그 빛나는 삶을 기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았다.

장례식이 끝나갈 무렵, 하늘에서 비가 그치고 햇살이 슬며시 비추기 시작했다. 마치 고인이 이 세상 모든 이에게 마지막으로 안부를 전하는 것 같았다. 서은지는 고인의 따뜻한 미소를 떠올리며,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이날의 기억은 그녀에게 오랫동안 남을 것이며, 이재호 씨의 삶은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빛나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며칠 뒤 은지에게로 우편이 하나 도착했다. 보내는이는 바로 이재호님이었다. 은지는 작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회중시계가 나오자 그녀는 순간 숨을 죽였다. 시계의 멈춰진 시간은 마치 고인이 떠난 그 순간을 상징하는 듯했다. 눈에 띄게 놓인 편지는 이재호 선생님의 필체로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다. 은지는 손이 떨리는 가운데 편지를 펼쳤다.


친애하는 은지에게,

이 편지를 받게 될 때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겠지. 하지만 내가 남긴 것들이 너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이 편지를 쓴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들은 나에게 큰 기쁨이자 힘이었다. 네가 언제나 나를 위해 준비해 준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이 작은 회중시계는 너와 나눈 시간들을 기억하며, 항상 네 곁에서 시간을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너에게 전한다.

시계는 멈췄지만, 우리의 추억은 계속 흐를 것이다. 이 시계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위로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네가 걸어갈 시간들에 내가 조금이나마 동행하고 있다고 느끼길 바란다.

너의 인생에 늘 행복이 깃들길 기원하며..

이재호


편지를 다 읽은 은지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고인의 마지막 선물과 마음이 담긴 편지는 은지에게 큰 위안과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시계를 손에 꼭 쥐고 잠시 눈을 감았다. 마치 그 순간, 고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며칠 후 은지는 이재호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작은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전시회에는 회중시계와 함께 선생님이 생전에 찍은 사진들과 글귀들이 전시되었다. 많은 이들이 참석해 고인의 삶과 그가 남긴 교훈을 기렸으며, 은지는 이 모든 것이 고인의 사랑과 지혜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은지는 그 시계를 자신의 책상 위에 두고 매일 그것을 바라보며 이재호 선생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겼다. 시간은 멈출지라도 그들이 함께 나눈 정이 느껴지는 순간들은 영원히 그녀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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